문상철

2007년 3월 작고한 폴 히버트 박사의 유작 세계관 변형(Tranforming Worldviews)이 Baker 출판사에 의해 나왔다. 2006년 가을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그러니까 히버트 박사가 작고하기 6개월 전 쯤에 그를 방문했을 때 폐암 투병 중이었던 그는 이 책의 원고를 복사해서 필자에게 건네주면서 읽고 의견을 말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원고를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책의 기본 내용은 강의실에서 듣던 내용이어서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과거보다 상당히 정리가 되었고 통합되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학기 강의를 잘 마치고, 이 책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마지막 기도 제목이라고 한 히버트 박사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의 저서 중 가장 학문적 깊이가 있어보이는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사람들이 변화되는 과정에 대한 인류학적 이해’라고 붙여졌다. 이 부제가 암시하듯이 이 책은 인간의 문화적 변화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이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전도 및 선교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의 변화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전도자의 관점에서만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일방적 전도요 선교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데, 그것을 풍부하게 하는 학문이 바로 인류학이라고 본다면, 선교사 자녀로서 인도에서 태어나 타문화를 풍부히 접한 후에 인류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해온 히버트 박사가 이 주제로 책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다. 특별히 히버트 박사의 공헌은 인류학적인 이론을 생경하게 소개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인 지식과 통합(integration)하는 노력을 한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11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첫 장은 세계관의 개념에 대한 것이다. 세계관이라는 용어가 임마누엘 칸트에 의해 시작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히버트 박사는 이 개념의 역사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별히 국내에 소개된 세계관 개념은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측면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인류학자들이 발전시킨 세계관 개념을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루쓰 베네딕트, 메어리 더글라스, 로버트 레드필드, 마이클 커니, 모리스 오플러, 클리포드 기어츠 등의 개념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소개하면서 히버트 박사는 세계관 개념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상대주의적인 의미를 제거하고 이 개념을 기독교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공시적(synchronic)이고 통시적(diachronic)인 관점에서 이 개념을 다루고 연구할 필요를 주장한다. 여러 입장을 소개하면서 히버트 박사는 세계관을 “문화의 기저에 있는, 세계를 바라보는 다소간 연관성 있는 방식을 제공하는 전제들(assumptions)”로 정의한다. 이 개념은 세계관이 선험적이어서 문화의 심층부에 있는 것이며,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세계와 인생에 대한 전제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이 정의와 함께 세계관의 여섯 가지 기능들이 소개되고 있다.

2장은 세계관의 특성에 대해 쓰여졌다. 먼저 문화의 층이 소개되면서, 세계관이 문화적 산물들, 행동의 패턴, 기호(sign), 의식(ritual) 등 감각적인 차원보다 더 깊은 신념체제의 명시적인 차원보다 더 깊은 차원의 것으로서 암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 설명되고 있다. 그러면서 인지적 범주(cognitive category) 이론을 소개하면서 세계관의 차이를 네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민간 및 공식 영역으로 구분하면서 설명을 이어가는데, 기호(sign)가 세계관을 표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논리(logic)의 다양성 또한 세계관 차원의 차이에서 연유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세계관의 차원을 설명하면서 히버트 박사는 일찍이 레드필드와 커니가 제시한 개념을 이어받아 시간, 공간의 인지적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유기체적/기계적, 개인적/집단적, 현세적/내세적으로 대비되는 주제들을 추가로 설명한다. 이런 인지적 주제뿐 아니라, 정서적 주제들과 평가적 주제들을 이어서 설명하고 있다. 인지적, 정서적, 평가적 차원에 대해서는 히버트 박사의 이전 책들이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발전적으로 정리하고 있음을 본다.

3장은 인간 상황 속에서의 세계관이라는 주제에 할애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복수적인 관점들을 통합할 필요성이다. 축소주의(reductionism)나 층화(stratification)이 아니라, 통합(integration)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인간 연구에 있어서 통합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시스템들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을 추구하는 통합의 과정이 되어야 온전한 지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세계관과 문화적 시스템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기호, 의식, 신화, 신념 체제와의 관계 속에서 세계관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관과 사회 시스템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세계관이 다양한 사회 시스템들에 영향을 주고, 그것들을 형성하는 관계에 있음을 주장한다. 이것은 사회적 변혁이 세계관의 변형에 기초해야 함을 벌써부터 암시하는 것이다. 선교적 과제도 세계관의 변형이 그 초점이 되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세계관 연구는 사변적이고 이론적인 연구가 아니라, 인간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이며, 세계관 변형이 전도 및 선교 사역의 핵심이 되어야 할 당위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4장은 세계관 분석에 대한 짧은 장이다. 이 장이 짧은 이유는 아직 이 분야 연구가 인류학 전반에서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장이 생략되지 않고 포함된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이슈라고 여겨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히버트 박사는 세계관 분석의 방법을 소개하면서 먼저 비교적 최근의 이론인 민속의미론적 분석(ethnosemantic analysis) 방법을 다룬다. 이 방법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여러 문화 공동체들이 존재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그 차이점들을 대비하면서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 세계관이 중간영역을 배제하면서 어떻게 성경적인 세계관과는 다른지도 설명하고 지나간다. 아울러 문장 완성 방법을 통한 세계관 연구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대목에서 필자의 학위 논문(1998)을 인용하면서 터어키 코냐 상황에서 설명한 상징을 통한 세계관 분석 방법을 새로운 시도로 소개하고 있다. 의식(ritual), 민담(folklore) 및 신화(myth), 지혜 문서, 내러티브 분석, 심미적 문화 등의 분석을 효과적인 세계관 분석의 방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기어츠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중층기술(thick description)이 세계관 묘사의 방향임을 주장하면서, 세계관 주제들의 문화간 비교가 연구 방법으로서 중요함을 설명한다.

이후의 장들은 대체로 사회 유형별로, 문화적 변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세계관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5장은 소규모 구전 사회들의 세계관에 대한 것인데, 부족 사회의 세계관에 대한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먼저 히버트 박사는 유기체적(organic)이고 총체적인(holistic) 특성을 가지고 있는 부족 사회의 세계관에 있어서 존재들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 세계관에서 중심에 있는 존재는 인간이며, 이 공동체는 집단 지향적이며, 자손 번성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공간 개념에 있어서는 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땅은 사고팔 수 없는, 조상으로부터 물려져서 후손에까지 전해져야 할 공동의 소유물로 이해된다. 시간 개념에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관성 속에서 이해되는 면이 시간 이해에 있어서도 총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구전성(orality)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 문화는 구체적이며, 기능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다.

6장은 농경 사회의 세계관에 대한 것이다. 이 장에서는 농경 사회의 공동체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전체로서의 공동체를 이루는 농경 사회의 세계관의 특징이 언급되고 있다. 이 농경 사회는 외부인들에 대해 경계하는 문화적 특성을 가질 수 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농경 사회의 특징인 “한정된 재화”의 개념(the concept of the limited good)과 관련이 있다. 이런 농경 사회에서 문자의 도입은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요소가 된다. 문자를 아는 사람들은 지배자가 되며, 권력을 가진다. 이 농경 사회는 이제 부족 사회의 동질성을 벗어나서 이질성을 가진 여러 집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원성을 보여준다. 이런 다원성은 많은 경우에 계층구조(hierarchy)를 이룬다. 농경 사회에는 간혹 영국의 로빈후드와 같이 도적 영웅(bandit-hero)이 출현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농경 사회는 외부의 도시 사회와 불편한 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외부 사회의 영향력을 배제한채 농경 사회가 고립되어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농촌 사회의 세계관은 변화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다소 긴 7장은 현대 세계관에 할애되고 있다. 현대의 인지적 주제 중 먼저 부각되는 것은 자연주의와 초자연주의의 구분이다. 현대 세계관은 가견적이고 감각적으로 경험가능한 자연계와 비가견적이고 초월적인 초자연계 사이를 나누면서 중간 영역, 즉 현세적이면서도 초자연적인 영역을 배제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계몽주의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이러한 세계관은 서구인들의 세계관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현대화된 많은 비서구 세계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세계관은 비가견적인 초자연계를 종교의 영역으로, 가견적이고 경험적 세계를 과학의 영역으로 규정하면서 과학은 객관적이지만, 종교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로 강등해버렸다. 그 결과 종교를 사적인 영역에 가두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런 구도 속에서 하나님 중심이라기보다 인간중심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이 현대 세계관이다. 현대 세계관 속에서는 물질주의적인 세속주의가 지배적인 가치관이 된다. 세계의 존재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호인격적인 관계라기보다 비인격적인 질서가 강조되며, 관계보다 기술이 우선시되며, 법과 질서를 강조하게 되며, 관료적인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한편으로, 영혼이라는 말 대신에 자아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더 강조되며, 자아 실현이 구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전통적 지혜보다는 논리적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가 지배적인 인식론적 틀이 되기도 하면서, 감정과 가치는 주관적이고 지식만이 객관적임을 강조한다. 학문적으로는 거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를 추구하면서 이론적인 통합을 믿고 추구한다. 문화적 다양성보다는 보편주의를 선호하며, 진화와 진보라는 신화를 믿는다.

8장은 후기 모더티니 혹은 포스트모던 세계관에 대해 쓰여졌다. 이 주제에 대한 히버트 박사의 강조점은 인식론적 구조의 전환에 대한 것이다. 포스트모던 세계관은 대표성의 위기로 규정될 수 있으며, 해체주의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성에 대한 불신, 그리고 거대 내러티브에 대한 거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관 차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헬라적인 이원론을 거부하고, 반축소주의(antireductionism)를 지향하며, 관점주의(perspectivism)를 추구한다. 인식론적 구조라는 관점에서는 개념 도구설(instrumentalism)이 지배적인 사고의 틀로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결국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며, 주관적인 것이며, 권력의 작용으로 구성되며, 상대주의, 자아중심주의의 영향 아래 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도덕률은 자아와 감정에 기초한 것이어서 절대성을 잃고, 공공성을 잃고 만다. 인간의 실제 생활에서 건강과 치료법을 강조하는 것 또한 포스트모던적인 강조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포스트모던 세계관은 신을 포함한 영적 세계의 실재에 대해 포괄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9장은 포스트-포스트모던 혹은 글로컬 세계관을 주제로 쓰여졌다. 이 주제에 속한 인지적 주제로는 글로벌화와 로컬화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다. 글로벌화의 다양하고도 깊은 영향 속에서 또 한편 로컬화의 작용 속에서 세계관은 이 두 역학의 하이브리드로 다양한 문화적 변화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가운데서 문화적 다양성과 유동성, 이에 대비된 통일성과 안정성이 대비된다. 여행과 이주가 보편적인 세계적 현상이 된다. 이런 가운데 정체성은 어떻게 설정되고, 세워질 것인가? 근년에는 문화적 및 종교적 정체성이 글로벌 무대에서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주목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 글로컬화는 다중 정체성의 이슈를 중요하게 제기한다. 지금 사람들은 단일 정체성이 아니라, 다중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정체성을 선택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과 포스트-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 강조점은 자아를 지향하는데, 그 자아를 어떻게 구성하고 세울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아를 전통 형태들의 고정되고 구체적인 구조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분리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포스트-포스트모던 세계관에 있어서는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의 관점이 필요한데 이 관점은 객관적 실재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론적 한계를 동시에 인정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 마지막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주와 문화적 동화(assimilation)이다. 그만큼 포스트-포스트모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고 태도요 기술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장은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내용이다. 성경적 세계관이 단일한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지만, 히버트 박사는 성경에 제시된 기저의 전제된 것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올바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경적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성경적 세계관은 먼저 창조주와 피조물을 분명히 구분한다. 이것은 현대 세계관의 자연적/초자연적 세계의 구분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성경적 세계관은 또한 계시와 인간의 지식을 분명히 구분한다. 인간적 지식은 차이가 날 수 있고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계시는 초월적이고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다. 이 세상의 왕국들에 대비된 하나님의 왕국이 존재함을 성경적 세계관은 또한 확실히 주장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우선적으로 그 왕국의 백성들이며, 그 왕국의 확장을 위한 선교는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로서 강조되어야 한다. 성경의 근본 비유는 기계적이라기보다 유기체적이다. 그러므로 성경적 세계관은 깊은 인격적 관계를 강조하는 가운데 공동체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성경적 세계관은 성령의 열매를 강조할 수 밖에 없는데, 히버트 박사는 이를 정서적 차원의 주제들과 결부시켜 강조한다. 평가적 차원의 주제들 가운데서는 선과 악이 영원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을 따라 그 피조물들도 거룩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는 전쟁이 아니라 샬롬을 강조함으로써 성경적 세계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11장은 세계관 변형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 요지는 세계관 변형이 선교의 핵심 과제이며, 초점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형은 인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서적 및 평가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 변형은 총체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변형의 차원도 피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깊은 차원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곧 세계관 차원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관을 실제적으로 변형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세계관을 검토해보고, 다른 세계관을 접하면서, 성경적 이상이 무엇인지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히버트 박사는 살아있는 의식(living rituals)을 창조할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관이 변형될 때 다른 인간 시스템들이 변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복음은 변화된 삶에 대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온전히 변화되어 세상에 새로운 세계관을 나타내보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항문화적인 공동체(countercultural community)를 이루어 우리 삶 가운데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을 이루는, 본을 보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폴 히버트 박사의 마지막 권고이다.

다음으로, 필자는 히버트 박사의 이 책이 특별히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에게 주는 의미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온 의도와 배경 가운데는, 사역에 있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그 인간 이해는 인간의 선험적 전제들의 집합인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인간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는 관점이 있다.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은 깊은 차원에서의 인간 이해를 위해서 세계관을 분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런 분석에 기초해서 정확한 개인별 진단을 하고, 그에 기초해서 적합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변증하는 노력을 해야 그 메시지가 상황화될 수 있을 것이다. 히버트 박사의 앞선 저서들도 중요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복음 전파 사역의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역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관 분석의 필요는 타문화권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세계관이 자꾸만 분화되는 국내 상황 속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래서 목회도 이제 선교적 관점과 통찰력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현대 선교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 이론에 대해서 사역자들이 정립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 선교학은 지난 20 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는데, 다수의 국내 목회자들은 선교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고전적인 선교학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본다.

세계관 이론을 전개한 책들이 많이 있어왔지만, 폴 히버트 박사의 유작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세계관 이론서보다도 명쾌하고, 종합적이고, 통찰력이 있다. 이것은 인도에서 선교사 자녀로 태어나서 아시아 문화와 선교사 사역을 이해하는 가운데 학문적으로는 인류학과 선교학을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학자요 사역자의 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학제간 연구의 우수성을 염두에 두면서 많은 이들은 앞으로 이와 같은 대학자가 다시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자꾸만 분파화되어 가는 현대의 교육 체제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그는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자신의 세계관에 충실하게 살다간 사람이었다. 사모님과 사별한 다음에는 빈 집에 여러 가난한 학생들을 데리고 살면서 미국 사람으로서는 중요한 프라이버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도 바울의 자취를 따라 소아시아를 함께 여행하면서 그는 생애 최고 여행이었다고 여러 번 감격했고, 인도를 함께 여행하면서는 선교사로 살던 집을 보여주었는데 그 집은 현지인들이 가까이 접하기 쉬운 평범한 집이었다. 그가 떠난 이후에 그의 역작들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데, 특별히 그의 마지막 이 책은 지금까지의 모든 저작들과 사역의 경험들을 총정리하는 느낌을 준다. 모든 사역자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하며, 잘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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